기억

기억이다. 기억이 사람을 만들고 그 다음 행동을 결정하게 만든다. 기억이 없다면 과거에 대한 모든 논쟁도 사라질 것이고, 기억이 없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또한 불가능 할 것이다.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것 또한 기억이다. 아무리 암기위주의 교육이 비판받는다고 하여 사고의 재료없이는 그 어느것도 재생산 할 수 없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필력이 늘지 않는 원인의 일부는 이것에 기인한다. 책을 덥고 생각해보자,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 책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고 있으며 어떤 내용이 쓰여져 있는가. 자문해본다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아닌지 금방 자인할 수 있다.

어떤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억한다는 것은 곳 그 사실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집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지러진 방안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듯이, 기억도 정리가 필요하다. 막무가내로 구겨넣은 정보는 금새 잊혀져 버린다.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정보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다리가 있으므로 해서 비로소 정보는 단순한 지식이나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사유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며, 사상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어떤 사상가는 자신의 정신을 정리하는데는 몇날 며칠이 걸린다고 말했으나, 그것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타당한 말일 것이다. 정신을 정리한다는 것은 기억의 재구성이며, 재생산이다. 이 작업이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정신의 정리 혹은 사색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에 의하며, 범인은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착상의 집합을 언어화시키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은 여기에 일관된 흐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by 카오 | 2009/01/04 18:24 | 생각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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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ean at 2009/01/05 12:28
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실, 미운사람들이 기억에 남아서 괴롭히더군요.
집착을 너무 하면 사랑하지 않는것들까지 기억에 접착을 해요
ㅠㅠ
Commented by 카오 at 2009/01/14 16:23
기억에 대한 집착은 열정적인 이들이 감당해야할 짐이기도 하죠.
Commented at 2009/01/16 12: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arlos at 2009/02/08 21:00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있다.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실수를 고쳐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잘못된 믿음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는 것이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치는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져 갈 것이다.

<농담> 밀란 쿤데라
Commented by 카오 at 2009/02/13 06:02
기억은 왜곡되거나 미화되기 마련. 14일은 안중근 의사 기일이라더라.
Commented by 카오 at 2009/02/16 11:56
2월 14일은 사형집행일이 아니라 사형선고일이라는구나. 정확하게는 3월 26일이 기일이라고 한다.
Commented by carlos at 2009/02/16 00:03
안중근이 사실은 존황주의자라는 연구결과도 있던데 말이지... 직접 찾아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안중근은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전략이 서구세계의 침략으로 부터 아시아를 지켜내고 아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부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했다는 군...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 중에 <15.일본 천황 폐하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가 있는 것을 보면 무리있는 해석은 아니지. 전에 자세한 포스팅을 본적이 있는데 찾을 수 가 없구나.

안중근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안중근의 행동동기는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애국심"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중근이 바랐던 것은 대동아공영권내에서 조선이 일본과 동등한 위치의 동반자로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Commented by carlos at 2009/02/16 00:06
Commented by 카오 at 2009/02/16 11:57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개화세력과 근대 한국의 건국에 관련된 많은 이들이 일본 집권층과 관계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전후 오십년 가까이 묻혀지내온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 지금 다시 역사를 말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좋은 정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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