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CERN 방문

3/7
 새벽 6시, 휴대폰 알람에 잠에서 깨어나니 주위가 온통 밝았다. 어제 3벽 3시까지 旬家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 불도 끄지 않고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이다. 관서공항에서 9시 50분 비행기를 타려면 적어도 호타루가이케에서 7시 출발 공항버스를 타야했다. 그러나 전날까지 거의 여행채비를 해 놓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7시에 집을 나와서 겨우겨우 7시 반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마음은 급했다. 엔을 스위스 프랑으로 바꿀 겨를도 없이 JAL 창구에서 체크인을 마쳤다. 게이트로 이동하면서 이시바시의 바에서 자주 보는 남자를 보았다. 그다지 좋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말을 건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쳤다.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Rockin' Chair 에서 일하던 시절 가끔 오던 男色놈이 내 바로 앞 왼쪽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오늘 무슨 날인가 하는 생각이 다 들었다.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 잠간 눈이 마주쳤으나 서로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런던 Heathrow 공항에서는 당연하지만 주위가 온통 British English였다. 이렇게가지 가까이에서 영국인들의 억양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선했다. Geneve행 비행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다가 공항 여직원이 동료에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Shut up'이라고 하는데 묘하게 섹시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영국식 억양의 매력인가.

 Heathrow에서 Geneve까지는 British Airlines를 이용했다. BA의 기내는 JAL의 조용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앞 좌석에서는 영국 청년들이 맥주를 마시며 앉았다 일어났다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고, 전체적으로도 가벼운 대화를 하는 승객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Geneve에 도착하니 지금가지의 긴 여정 중에는 없었던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도 모르고, 스위스 프랑에 대한 금전감각도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5일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짜 아무 대책없이 왔구나 하는 실소(失笑)가 다 나왔다. 사실은 공항에서 CERN까지 이동하는 것이 첫날 여정에서는 가장 큰 과제였지만 말이다. 일단 버스타는 것은 포기하고 택시를 잡았지만, 영어를 못하는 기사분이셨기에 전혀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없었다. 목적지인 CERN의 글자를 보여주고 나서야 겨우 통할 수 있었다. 이동 중에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호스텔이 갑자기 떠올라서 별별 상상을 다 했다.

 CERN 입구에 도착할 때가지 주고받은 말이 "Only French?", "Yes."를 포함해서 다섯마디 밖에 안 되었다. 그 중에서 세 마디는 못 알아들었다. 결국 마지막에 내가 아는 유일한 프랑스어인 'Merci'가 통하기는 했지만, 이 일 때문에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우여곡절해서 CERN內의 숙사까지 도착하고, 앞으로의 일정동안 신세지게 될 쿠로다씨와도 인사했다. 이번 CERN 방문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기대가 크다. 낮에는 시설견학을 하고 프로젝트의에 대한 개관까지 설명을 들을 예정이기 때문에 시차로 인한 영향은 무시하고 잠을 청한다.

3/8 맑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지만, 전날 일기를 쓰고 있으니 시간이 훌쩍가서 금새 쿠로다씨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전날 샤워를 하고 잤더니 머리가 심하게 헝클어져 있었지만, 시계를 봤을 때는 이미 다시 머리를 감기에는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자를 집어들었다.

Bldg501 1층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소변을 보려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앗다. 밤에 목이 말라도 자판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여러 시설의 위치를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화장실은 지하에 있었다.)

 9시 반 경에 쿠로다씨와 만나서 AD(감속기)가 있는 Bldg193을 둘러보면서 ASACUSA 프로젝트와 시설에 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그 중 한 실험의 최종목표는 반수소의 생성, 포착, 자기모멘트 및 분광스펙트럼 측정이었다. 수소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은 정밀도의 측정결과가 축적되어 있으므로, 반물질인 반수소에 대해서 오차 10의 -6승 이하이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다면 CPT대칭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력에 대한 화제도 나왔다. 만약 반수소가 중력에 대해서 종래의 입자와는 다른 반응을 보일 경우 (예를 들어 중력반대방향의 힘을 받을 경우) 물리학계에는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하나, 아직까지는 그 전 단계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에 공론화 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by 카오 | 2009/03/07 22:43 | 일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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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9/03/22 23:39
학회 가셨나 봐요..^^
Commented by yu_k at 2009/03/23 10:36
재밌는데 갔구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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