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랙스 릴랙스

지난 6일 첫 수업이 있었다.

4교시에 과학영어연습이란 과목에 출석했다. Syllabus에 수업의 목적이과학영어나라(직역)에서 살아남기라고 써져있었지만, 강사인 Mark Vagins氏가 의도한 실제 취지는 그와 달랐다. 커뮤니케이션수단으로서 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써먹을 수 있도록 익숙해지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한 덕목(?)이 두가지 있었는데, 첫번째가 Fun, 두번째가 Relax였다.

180후반으로 보이는 커다란 키에 불뚝나온 배, 덥수룩한 수염에 알로하 셔츠를 입은 그의 얼굴은 한순간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존재자체가 Fun and Relax를 주장하는 느낌이랄까.

수업 초반에 YouTube에 접속해서 U2의 Vertigo MV를 보여주고, 여러분은 이 수업을 통해서 락스타가 되야된다는 이 털털한 털보아저씨.

자, 그럼 우리 이학계연구과 대학원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역시나 동경대, 집중력만큼은 최고다. 성실함 없이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지. 끝내주는 집중력이다.

미간에 힘을 주고 강사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려 하지 않는자세, 정숙한 분위기 속에 옆사람과의 잡담 한마디 들리지 않는다.

팔장을 끼고 엄청난 난문에 봉착한 자세로 수업에 임하는 남학생, 곧은 자세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응시하는 여학생...

가장 대박은 Fun, Relax를 필기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아니, 훨씬 예전부터 지각하고 있었지만 이 날 일 덕분에 다시금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일본 국립대학의 자연계열로 진학함으로 인해 그동안 스토아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보아왔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삶을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들은 소극적이고 자신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나로서는 많은 쾌락을 뒤로하고 면학에 자신의 대부분의 시간을 희생하는 그들을 한편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기 첫 영어수업에서 내가 지켜본 이 광경은...

만약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 나를 비롯하여 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 모두가 진정한 의미의 Fun, Relax를 배울 수 있다면, 나는 감히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겠다.

Richard Feynman playing bongos

by 카오 | 2009/04/08 21:09 | 일상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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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u_k at 2009/04/08 23:27
강사가 당황했을 것 같은 어머어마한 분위기로군-_-;;
Commented by 카오 at 2009/04/10 17:07
좋은 분이셨는데 마지막에는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셨음.
Commented by 소인배 at 2009/04/10 00:48
자신들 나름대로 릴랙스한 거였을지도...
Commented by 카오 at 2009/04/10 17:09
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긴장상태로 보였다.
Commented by godfather at 2009/04/19 15:38
레크레이션 강사가 와도 필기할 분위기군- ㅋㅋ
Commented by 카오 at 2009/04/27 20:34
첫 수업은 진짜 장난아니었지 -_-;
Commented by 아치볼 at 2009/04/26 19:46
잘지내구 있나보네! :)
Commented by 카오 at 2009/04/27 20:34
나야 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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