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9일
소재
글 쓰는 법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올 해 봄이 되어서일 것이다. 방안에서 뒹굴러다니던 박동규 교수의 '글쓰기를 두려워 말라'가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첫 장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빠르진 않아도 술술 읽히는 느낌이었다. 전과목중에서 가장 싫은 몇 순위 안에 들어있었던 국어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무지에서 나오는 거부감은 백번 손해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 경험이었다.
성공학 책을 백번 읽어봐야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책을 한 권 읽었다고 해서 글이 술술 나올리는 없었다. 그래도 '글쓰기를 두려워 말라'에서 얻은 작은 교훈이 있었는데, 단순하고 알기쉽고 소박하게 쓰면 좋다는 것이었다. 이 세가지는 논리정연하고 체계적이라는 것과는 또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데, 박동규 교수의 글이 딱 그랬다. 단순 명료 소박이 한 데 잘 어우러지면, 감각적으로 '깨끗하다'라는 인상을 느끼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오후 아홉시쯤 후배녀석한테 전화가 왔다. 나와 나이는 동갑이지만 입학이 일년 늦었다고 꼬박꼬박 선배취급을 해준다. 처음부터 그런대로 그런 관계가 어색하지도 않았던 것도 신기하지만, 선후배 관계이면서도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또 인간관계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걸 느끼게 해주는 친구다. 그와 내가 가끔 전화하는 이유, 한번 전화하면 이삼십분은 족히 대화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글쓰기'라는 공통의 화두가 있다는 것일 것이다. 내가 보기엔 우리 둘다 수준은 엇비슷하지만, 이런 대화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참신한 자극이 아닌가.
몇마디 주고 받으니,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그의 입에서 푸념 비슷한 소리가 나온다.
"아 형, 요즘에 책도 읽고 글도 써야되는데 잘 못하겠어요."
"뭐 그리 조급할 필요있나."
"조급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습관화 시키고 싶거든요."
"그럼 아무거라도 써."
"뭔가 써야되는데 아무 생각이 안나네요. 연구실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 때문에 집에 오면 다른 것만 해요."
"뭐하는데."
"텔레비젼을 보거나... 이것저것."
내가 아는 한 이 친구는 그리 나태한 친구가 아니다. 근데 통화할 때마다 꼭 푸념소리를 해댄다. 주로 감정기복 때문에 '진짜 하고 싶은' 독서와 글쓰기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분명 빠릿빠릿한 비판이나 자극이 되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리라. 그러나 독설이 특기가 아닌 나는 넌지시 평범한 답을 내미는 수 밖에 없었다.
"그거 쓰면 되겠네. 나는 지금 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가."
# by | 2009/10/19 23:41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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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성이 농후하다만=_=